[칼럼] 구글 SEO가 망치고 있는 인터넷 생태계: 일본의 오늘과 한국의 내일

일본에서 살며 생활에 필요한 내용들을 자주 구글을 통해서 검색해 본다.
그렇게 정보를 찾다 보면, 기이할 정도로 똑같이 생긴 블로그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이 일본의 인터넷 풍속도는 현재 한국 구글 검색 결과가 변해가는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일본에는 ‘이카가데시타카(いかがでしたか?, 어떠셨나요?) 블로그’라는 고유한 명칭이 있을 정도로 정형화된 블로그 형식이 존재한다.
검색을 하면 나오는 수많은 블로그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구조가 똑같다.
시작은 전체 내용을 요약한 짧은 글, 그 아래로 상세 목차가 나오고, 목차를 따라 끊어친 문장들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바로 구글 SEO(검색 엔진 최적화)에 최적화 된 구조이다.

독자가 글이 길면 지루해한다는 SEO 공식에 맞추기 위해 형식은 갖추었지만, 정작 보고 싶은 핵심 정보는 찾기 힘들다.
독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별 내용도 없는 글을 장황하게 늘려 긴 스크롤을 만들어 내고 나서, 마지막은 “어떠셨나요? 도움 되셨나요?”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오로지 구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설계된 기계적인 글 내용이다.

일본 인터넷이 유독 이런 ‘데이터 쓰레기’에 빨리 점령당한 이유는 커뮤니티 문화의 부재에 있다. 한국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가 발달해 있어 전문가나 현업들이 단 몇 줄의 짧은 글이나 댓글로도 가치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집단지성이 모일 공간이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의 압도적인 1위다.
검색 시장을 독점한 구글의 SEO 알고리즘과 애드센스 수익이 곧 법이 되다 보니, 모든 콘텐츠가 구글 입맛에 맞춘 기계적인 형태로 획일화된 것이다.

개탄스러운 점은 한국의 구글 검색 결과도 급격하게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 애드센스 수익이나 재테크 관련 검색 결과는 일본의 저질 블로그들을 그대로 베껴온 듯한 글들로 도배되고 있다.
과거 네이버 검색이 알맹이 없는 홍보성 글과 캐릭터 스티커로 점령당해 ‘빈껍데기’라 비판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무대가 구글로 옮겨와 훨씬 체계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검색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사용자들은 이 쓰레기 더미에서 답을 찾는 방법을 빠르게 배우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검색어 뒤에 특정 커뮤니티 이름을 붙이거나 ‘site:’ 명령어를 사용해 기계적인 SEO 블로그 글들을 걸러내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진짜로 필요한 내용은 결국 시스템이 만든 규격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생한 경험과 지식에서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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